제 10 장 채비정렬과 안착
제 1 절 채비의 수중 안착 과정
ㅇ 봉돌이 먼저? 아니면 바늘이 먼저?
우리가 낚시터에서 채비를 물 표면에 던지면 채비는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찌가 제자리를 잡고 일어선다.
이때 채비에서 보이는 모양대로 바늘이 먼저 내려가서 바닥에 닿아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낚시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비중이 큰 봉돌이 빠른 속도로 바늘을 끌고 내려가서 봉돌이 먼저 바닥에 안착하여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얼핏 들으면 위 두 사람의 생각은 모두 그럴 듯하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 봉돌과 바늘의 안착 순서
수중세계에서 채비가 안착하는 모습은 채비를 수면에 투척하고 나면 다음 그림과 같이 처음에는 봉돌이 먼저 빠른 속도로 바늘을 끌고 가라앉다가 수면에 누워있던 찌가 일어서는 순간에 봉돌이 찌의 부력에 붙잡히게 되어 잠시 멈추면서 바늘이 봉돌 아래로 내려온다.
이후는 찌가 부력에 의해서 천천히 하강하게 되므로 수중 채비정렬은 바늘이 아래로 향한 그 모습대로 내려가서 바늘이 먼저 바닥에 닿는다.
이어서 아직 바닥에 닿지 않은 봉돌은 바닥에 살짝 닿은 바늘을 끌고 찌의 수직방향으로 조금 더 이동을 하게 되고, 거의 수직상태에 도달하였을 때 비로소 바닥에 닿아 자리 잡고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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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표준 찌맞춤을 했을 경우를 그림으로 설명한 것이지만 무거운 찌맞춤이나 가벼운 찌맞춤의 경우도 이와 같다. 만약 가벼운 찌맞춤의 경우라면 최종적으로 봉돌은 떠있고, 바늘만 바닥에 닿아있겠으나 안착하는 순서는 다르지 않다.
또한 대물낚시 채비는 고부력 찌를 사용하기 때문에 봉돌이 워낙 커서 풍덩하고 들어가서 급속히 가라앉아 먼저 땅에 닿을 것 같지만 물리학적으로 절대로 그런 일은 이러날 수가 없다.
제 2 절 원줄의 사각 발생범위
ㅇ 원줄의 사각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
낚시를 즐기는 동호인 중에는 채비정렬 중 원줄의 사선현상에 대해 걱정과 근심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즉 내가 사용하고 있는 채비의 원줄이 수중에서 과도한 사선을 그리며 비스듬히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많이 갖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많은 꾼들은 원줄과 바닥이 직각을 이루지 못하면, 즉 사선을 그리고 서있으면 찌 올림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물속을 들어가서 확인해 볼 수 없으니 이러한 의구심은 당연하겠으나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까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중심유지가 잘 된 찌로 찌맞춤을 제대로 해서 사용한다면 물속에서 나타나는 원줄채비와 바닥의 사선은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 크지 않고, 설령 약간의 사선이 발생하더라도 찌 올림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점을 알아보자.
- 원줄의 채비정렬 과정
채비를 수면에 투척하면 찌는 몸통과 수면에서 생기는 표면장력에 의해 잠시 누운 채로 채비가 일정한 각도까지 내려가기를 기다리다가 벌떡 일어서서 다시 잠시 멈춘 후에 서서히 입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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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원줄은 봉돌의 무게에 의해서 계속해서 찌를 축으로 하여 찌 아래 수직방향으로 접근해 간다.
그리고는 수직상태에 거의 도달 할 무렵에 바늘이 먼저 바닥에 닿게 되고, 바늘이 바닥에 닿은 후에도 봉돌은 계속 원줄을 당기며 찌 밑의 수직 상태로 끌고 와서 거의 수직이 되어서야 비로소 살포시 바닥에 자리 잡고 선다.
따라서 원줄과 바닥이 이루는 최종적인 각도는 거의 수직에 가까우며, 장애물에 걸림이 없는 한 원줄과 바닥이 이루는 사선의 각도는 육안으로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이고, 찌 밑 수직 각도를 기준으로 봉돌까지의 이격 거리는 최대치로 보아도 목줄의 길이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줄의 사각에 의한 찌 올림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물 밖에서는 굴절되어 보인다.
아마 바닥이 훤히 보이는 수족관 등의 물에서 내려다보면서 이 채비의 사선형성 실험관찰을 해 본 꾼이라면 필자가 기술한내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모았을 것이다.
필자가 실험을 하면서도 수심 2m의 맑은 물에 채비를 넣어놓고 육안으로 관찰 했을 때 원줄은 직각에서 심하게 벗어나서 꺾여 보였다.
그런데 낚싯대를 앞으로 밀어 사선을 없이 조절하면서 찌 높이의 변화를 관찰해 보니, 눈으로 보이는 그 사선 각이 직각으로 가까워지면 그만큼 찌톱은 수면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한 뼘 이상 올라와야 하는 상황인데도 찌톱은 반 마디 정도 올라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물속에서 굴절되는 빛의 굴절 각에 의해 물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는 그렇게 실제보다 큰 각으로 꺾여 보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좀 더 정확한 실험을 위해 추와 부표를 연결한 줄을 찌 옆에 수직으로 가라앉혀 놓고 관찰 해 보았다.
이렇게 관찰 결과 찌 아래 수직선상에서 벌어진 원줄의 간격은 불과 5cm 정도였으며, 이를 수직 상태로 다시 맞추었을 때 찌톱은 겨우 반 마디 정도 상승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흔히 염려하는 채비 수직입수의 유무는 실제로는 그리 걱정 할 것이 못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찌의 기능에 따라서 수직에 가까운 채비의 입수 여부가 달라 질 수 있다.
만약 채비를 던졌을 때 잠시 누워 있다가 곧추서서 기다린 후에 서서히 입수하지 않고, 수면에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비스듬히 끌려 들어가는 찌라면 수직에 가까운 채비의 입수는 그만큼 떨어진다.
원줄이 찌 아래 수직방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벌어주지 못하고 찌가 끌려들면서 봉돌이 바닥에 닿아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똑 같은 찌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찌맞춤을 했느냐에 따라서 수직입수에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즉 가벼운 찌맞춤을 했을 때가 무거운 찌맞춤을 했을 때 보다 조금이라도 수직에 가깝게 정렬이 된다. 그러나 그 범위가 아주 미세하므로 이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 그냥 무시해도 된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채비를 투척한 후 찌가 수면에 일어서기 전에 낚싯대 손잡이를 한 뼘쯤 당겼다가 찌가 완전히 안착을 한 후 다시 앞으로 밀어주면 수중의 원줄은 수직상태가 된다.
제 3 절 수중의 봉돌과 목줄의 상태
ㅇ 눕지 않고 꼬이지 않는다.
우리는 물속에 들어가서 봉돌과 목줄의 놓인 상태를 확인 할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어떤 상태일까 궁금한데, 간혹 책이나 기타 자료를 보면 어떤 꾼은 봉돌이 바닥에 누워있는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꾼은 봉돌이 서있는 그림을 그린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이런 의문은 목줄 상태도 마찬가지다. 어떤 꾼은 물속에 들어간 목줄이 쉽게 꼬이게 되어 지장을 받으므로 벌린 채비를 하거나 아예 목줄에 순간접착제를 발라 뻣뻣하게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필자의 오랜 실험과 관찰에 따르면 봉돌은 찌맞춤이 되어 있는 한 물 밑바닥에서 절대로 눕지 않는다.
또한 목줄은 채비를 아예 수직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한 거의 꼬이는 일이 없다.
그 이유는 ‘찌와 봉돌과 목줄’이 갖는 수중에서의 채비 정렬과 안착 과정에 대해서 물리학적 논리성을 가지고 따져보면 답을 얻을 수가 있다.
아래 그림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채비가 물속에 가라앉을 때는 봉돌이 바닥에 닿기 전까지는 찌의 부력이 봉돌의 중력을 위에서 당기고 있다.
그리고 찌가 일어선 다음 잠시 순간 멈춤이 있은 후에 서서히 입수하면서는 바늘이 아래로 향한 상태에서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간다.
이어서 바늘이 바닥에 살며시 닿으면서 찌 아래 수직방향으로 살짝 끌리게 되며, 이때 목줄은 꼬이지 않고 펴지게 된다.
그 다음으로 봉돌이 살포시 바닥에 닿아 약간 수직 쪽으로 끌리는 듯 하면서 자리를 잡게 되고, 자리를 잡은 상태가 되면 수면의 찌가 그 부력으로 봉돌을 잡고 안정되게 서있게 된다.
이때는 찌맞춤이 된 찌의 부력과 봉돌의 침력관계에 의해서 봉돌이 눕지 못하고 서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정상적인 채비라면 아무리 고부력의 큰 봉돌이라도 눕지 않고, 아무리 부드러운 목줄이라도 꼬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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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돌은 어느 경우에 눕게 되는가?
만약 봉돌이 어느 시점에서 바닥에 눕는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수조에서 실험을 하면 쉽게 관찰 할 수가 있다.
채비를 수조에 넣어 봉돌이 바닥에 안착하도록 찌를 세워보면 바닥에 봉돌이 서있는 모습이다. 이때 수조들채를 이용해서 서서히 봉돌을 들어 올려 본다. 그러면 찌톱이 거의 다 올라오도록 봉돌이 눕지 않고 올라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후 계속해서 들채를 들어 올리면서 관찰해보면 찌톱이 다 노출이 되고 찌의 몸통이 수면에 도달하였을 때 봉돌도 기울기 시작하고, 몸통의 상충부가 수면을 뚫고 올라오면 봉돌이 눕는다. 이때가 찌의 부력이 제로에 가깝게 상실된 때이다.
위 실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약간의 무거운 찌맞춤을 하거나 혹은 찌를 조금 높이 세운다고 해도 봉돌은 바닥에 눕지 않고 서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면 어느 정도로 무거운 찌맞춤이면 봉돌이 눕는가?
필자가 오래 전에 실험한 결과로는 찌가 가지고 있는 부력의 약 1.7배 정도로 무거운 봉돌을 장착하면 수중에서 봉돌의 침력이 찌를 끌어내려서 눕기 시작 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대물낚시 채비에서 아무리 무겁게 찌맞춤을 한다고 하더라도 찌 부력에 비해 곱절 이상의 무거운 찌맞춤을 하는 경우는 없을 터이니 봉돌이 누워있으리라는 상상은 안 해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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