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장 찌와 채비의 수중 세계
제 1 절 찌와 수중 채비의 조화
ㅇ 찌는 무생물이면서 생물이다.
찌는 무생물이면서 생물이다. 붕어의 입질이 없을 때 가만히 서있는 찌는 무생물이다. 그러나 일단 붕어가 미끼에 접근하여 입질을 시작하면 찌는 즉시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바뀌어 우리 낚시인에게 수중의 붕어 행동을 전달 해주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찌가 생명력을 갖추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물 속 붕어의 행동을 물 밖 낚시인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잘 보이기 위해서는 물 속에 있는 채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또한 물 속의 채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물 속에 있는 채비와 찌의 역할은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질까?
찌 아래 물 속에 있는 채비의 형태는 우리가 막연히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 한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실험을 하면서 물 속 채비를 관찰 해 보면 우리 낚시인들의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확인된다.
ㅇ 상상과 실제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가 물 밖에서 하는 막연한 상상과, 실제 수중세계를 반복실험을 거치면서 관찰하여 보면 그 나타나는 현상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로써 좀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얻어 낼 수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답을 얻어놓고 보면 `아하! 그렇구나`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현상임을 금방 깨우치게 된다.
붕어는 찌로서 말하고 낚시인은 찌를 통해서만이 그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낚시를 하고 있는 그 물 밑에 과연 붕어가 있는지 없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면에 찌를 세워놓고 기다리는 것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붕어의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다.
붕어가 미끼에 접근해서 입질을 하면 그 붕어의 행동은 곧바로 수면에 있는 찌에 전달이 된다. 이때 찌에 나타나는 움직임은 붕어가 `나 여기 있소. 그리고 미끼를 물었소`라고 말하는 것이며, 낚시인은 그 붕어의 말을 찌를 통해서 듣고 챔질을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원줄과 찌, 그리고 봉돌과 바늘 등 기본적인 채비의 조화를 통해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조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실제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제 2절부터는 그러한 채비의 수중세계를 알아본다.
제 2 절 채비의 수중 안착 과정
ㅇ 봉돌이 먼저? 아니면 바늘이 먼저?
우리가 낚시터에서 채비를 물 표면에 던지면 채비는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찌가 제자리를 잡고 일어 선다.
이때 바늘이 먼저 바닥에 닿아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낚시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비중이 큰 봉돌이 비중이 작은 바늘을 끌고 내려가서 봉돌이 먼저 바닥에 안착 한 후 비로소 바늘이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얼핏 들으면 위 두 사람의 생각은 모두 그럴 듯 하다.
ㅇ 봉돌과 바늘의 안착 순서
수중세계에서 채비가 안착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채비를 수면에 투척하고 나면 다음 그림과 같이 처음에는 봉돌이 먼저 빠른 속도로 바늘을 끌고 가라앉다가, 찌와 원줄의 각이 약 70도 각도를 이룰 때쯤, 즉 수면에 누워있던 찌가 일어서는 순간에 봉돌이 주춤하면서 바늘이 봉돌 아래로 내려온다. 이후는 찌의 부력에 의해서 천천히 그 모습대로 내려가서 바늘이 먼저 바닥에 닿고, 이어서 봉돌이 바닥에 닿는다.<그림 >
이런 상황은 표준 찌 맞춤을 했을 경우를 그림으로 설명한 것이지만 무거운 찌 맞춤이나 가벼운 찌 맞춤의 경우도 이와 같다. 만약 가벼운 찌 맞춤의 경우라면 최종적으로 봉돌은 떠있고, 바늘만 바닥에 닿아있겠으나 안착하는 순서는 다르지 않다.
또한 고정채지 시나 유동채지 시나 최종 정렬모습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 고정채비 시 채비안착 모습
제 3 절 원줄의 사각
ㅇ 원줄의 사각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
예민한 낚시를 즐기는 꾼일수록 바닥과 원줄의 사선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쓴다. 즉 내가 사용하고 있는 채비가 수중에서 바닥과의 과도한 사선을 그리며 비스듬히 서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많이 갖는다. 물 속을 볼 수 없으니 이러한 의구심은 당연하나 특히 찌 올림이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을 때는 결국 답답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많은 꾼들은 원줄과 바닥이 직각을 이루지 못하면, 즉 사선을 그리고 서있으면 찌 올림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크게 걱정 할 문제는 아니다. 중심유지가 잘 된 찌로 찌 맞춤을 제대로 해서 사용한다면 물속에서 나타나는 채비와 바닥의 사선은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 크지 않고, 설령 약간의 사선이 발생하더라도 찌 올림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ㅇ 원줄의 채비정렬 과정
앞에서 채비를 수면에 투척하면 봉돌이 먼저 가라앉다가 찌가 일어설 때 바닥을 향해 내려가던 봉돌이 주춤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찌는 몸통과 수면에서 생기는 표면장력에 의해 잠시 누운 채로 채비가 내려가기를 기다리다가 벌떡 일어서서 다시 잠시 멈춘 후에 서서히 입수한다.
이렇게 찌가 수면에서 벌떡 일어서는 순간은 물속에서 가라앉고 있는 봉돌이 바닥과 거의 70도 각도를 통과 할 때이며, 이때부터 봉돌의 아래로 당기는 힘이 크게 작용 할 때이다.
이어서 찌가 서서히 입수하는 동안 원줄은 계속해서 바닥과의 각도를 수직에 가깝게 접근해 간다. 그리고는 수직상태에 거의 도달 할 무렵에 바늘이 먼저 바닥에 닿는다.
바늘이 바닥에 닿은 후에도 봉돌은 계속 원줄을 당기며 찌 밑의 수직 상태로 끌고 오면서 살포시 바닥에 닿는다.
계속해서 봉돌이 바닥에 살포시 닿은 상태에서도 장애물이 없는 한 봉돌은 조금 더 수직방향으로 끌린 후에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따라서 원줄과 바닥이 이루는 최종적인 각도는 거의 수직에 가까우며, 장애물에 걸림이 없는 한 원줄과 바닥이 이루는 사선의 각도는 육안으로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이고, 찌 밑 수직각도를 기준으로 봉돌까지 벌어지는 거리는 목줄의 길이 정도에 불과하다.<그림 >
ㅇ 물 밖에서는 굴절돼 보인다.
아마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의 바닥이 훤히 보이는 물에서 이 채비의 사선형성 실험을 해 본 꾼이라면 앞서 필자가 기술한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바닥이 잘 들여다 보이는 큰 수조에서 채비를 내려놓고 물 밖에서 관찰 해 보면 물 속 원줄과 바닥이 이루는 각도는 직각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게 보인다.
필자가 실험을 하면서도 수심 2m의 맑은 물에 채비를 넣어놓고 육안으로 관찰 했을 때 원줄은 직각에서 심하게 벗어나서 꺾여 보였다.
그런데 낚싯대를 앞으로 밀어 사선을 없이하여 찌 높이의 변화를 관찰해 보니, 눈으로 보이는 그 사선 각이 직각으로 가까워지면 그만큼 찌 톱은 수면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한 뼘 이상 올라와야 하는 상황인데도 찌 톱은 반 마디 정도 올라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물 속에서 굴절되는 빛의 굴절 각에 의해 물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는 그렇게 실제보다 큰 각으로 꺾여 보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좀 더 정확한 실험을 위해 추와 부표를 연결한 줄을 찌 옆에 수직으로 가라앉혀 놓고 관찰 해 보았다.
이렇게 관찰 결과 수직선상에서 벌어진 원줄의 바닥 거리 차는 불과 5cm 정도였으며, 이를 수직 상태로 다시 맞추었을 때 찌 톱은 겨우 반 마디 정도 상승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흔히 염려하는 채비 수직입수의 유무는 실제로는 그리 걱정 할 것이 못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찌의 기능에 따라서 수직에 가까운 채비의 입수 여부가 달라 질 수 있다.
만약 채비를 던졌을 때 잠시 누워있다가 곧추서서 기다린 후에 서서히 입수하지 않고, 수면에 떨어지자 마자 곧바로 비스듬히 끌려 들어가는 찌라면 수직에 가까운 채비의 입수는 그만큼 떨어진다.
원줄이 찌 아래 수직방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벌어주지 못하고 찌가 끌려들면서 봉돌이 바닥에 닿아 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찌의 중심유지는 찌의 생명이다.
또한 똑 같은 찌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찌 맞춤을 했느냐에 따라서 수직입수에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즉 가벼운 찌 맞춤을 했을 때가 무거운 찌 맞춤을 했을 때 보다 조금이라도 수직에 가깝게 정렬이 된다. 그러나 그 범위가 아주 미세하므로 이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채비를 투척한 후 찌가 수면에 일어서기 전에 낚싯대 손잡이를 한 뼘쯤 당겼다가 찌가 완전히 안착을 한 후 다시 앞으로 밀어주면 수중의 원줄은 수직상태가 된다.
제 4 절 수중의 봉돌과 목줄의 상태
ㅇ 눕지 않고 꼬이지 않는다.
우리는 물 속에 들어가서 봉돌과 목줄의 놓여진 상태를 확인 할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어떤 상태일까 궁금한데, 간혹 책이나 기타 자료를 보면 어떤 꾼은 봉돌이 바닥에 누워있는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꾼은 봉돌이 서있는 그림을 그린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이런 의문은 목줄 상태도 마찬가지다. 어떤 꾼은 물속에 들어간 목줄이 쉽게 꼬이게 되어 지장을 받으므로 벌린 채비를 하거나 아예 목줄에 순간접착제를 발라 뻣뻣하게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필자의 오랜 실험과 관찰에 따르면 봉돌은 찌 맞춤이 되어 있는 한 물 밑 바닥에서 절대로 눕지 않는다. 또한 목줄은 채비를 아예 수직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한 거의 꼬이는 일이 없다. 그 이유는 찌와 봉돌과 목줄이 갖는 수중에서의 채비 정렬과 안착 과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채비가 물 속에 가라앉을 때는 봉돌이 바닥에 닿기 전까지는 찌의 부력이 봉돌의 중력을 위에서 당기고 있다. 그리고 찌가 일어선 다음 잠시 멈춤 후에 서서히 입수하면서는 바늘이 아래로 향한 상태에서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간다. 이어서 바늘이 바닥에 살며시 닿으면서 수직방향으로 살짝 끌리게 되며, 이때 목줄은 꼬이지 않고 펴지게 된다. 그 다음으로 봉돌이 살포시 바닥에 닿아 약간 수직 쪽으로 끌리는 듯 하면서 자리를 잡게 되고, 자리를 잡은 상태가 되면 수면의 찌가 그 상승력으로 봉돌을 잡고 안정되게 서있게 된다. 이때는 찌 맞춤이 된 찌의 상승력과 봉돌의 침하력 관계에 의해서 봉돌이 눕지 못하고 서있게 되는 것이다.<그림 >
ㅇ 수조에서의 실험
만약 봉돌이 어느 시점에서 바닥에 눕는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수조에서 실험을 하면 쉽게 관찰 할 수가 있다.
채비가 다 된 상태로 수조에 넣어 찌를 세워보면 바닥에 봉돌이 서있는 모습이다. 이때 수조들채를 이용해서 서서히 봉돌을 들어 올려 본다. 그러면 찌 톱이 거의 다 올라오도록 봉돌이 눕지 않고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계속해서 들어 올려 찌의 몸통이 수면에 도달하였을 때 봉돌도 기울기 시작하여 눕는다.<그림3> 이때가 찌의 상승력이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 때이며, 이 상태일 때가 실제 붕어가 찌를 올리다가 봉돌의 무게를 한꺼번에 느끼는 때이고, 따라서 이물감을 느끼고 뱉어내는 때 이기도 하다.
위 실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약간의 무거운 찌 맞춤을 하거나 혹은 찌를 조금 높이 세운다고 해도 봉돌은 바닥에 눕지 않고 서있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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