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의 釣行隨想(34) - 2019 己亥年 설 德談
나이에 걸맞은 그릇
평산 송 귀 섭
FTV 제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사외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세상을 다 속여도 나이는 못 속인다. 아닌 척해도 남은 다 안다. 자기만 착각하고 살 뿐.
설을 맞아 띠 나이로 한 살을 더 보태면서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돌아보고 내 그릇을 가늠해본다. 내가 품고 사는 그릇의 크기는 얼마쯤일까?
큰 그릇은 작은 그릇을 언제든 품을 수 있으나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으려면 깨부숴야만 가능하다. 즉 순리(順理)에 따라서는 아니 되니 역리(逆理)에 맞춰서 편법으로 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큰 그릇에는 작은 그릇을 아무렇게나 담아도 담긴다. 혹 마음을 써서 크기 순서대로 차곡차곡 담으면 최대의 수(數)도 담을 수가 있다. 이것이 큰 그릇을 지닌 현자(賢者)로서의 포용이다.
내 그릇에 담겨있는 것들은 <사람人>도 있고, <물건物件>도 있고, 진실 된 <사랑愛>도 있고, 나름의 <인격人格>도 있고, 직분에 맞는 <일業>도 있고, <화禍>도 있고, <증오憎惡>도 있고, <화해和解>와 <용서容恕> 그리고 나름의 <식견識見>도 있을 것이나 그 중 으뜸은 나이테를 더해가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사랑의 마음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무한대로 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을 맞아 한 나이테를 더하면서 내가 내 그릇을 가늠하자니 빈자리가 커진듯하여 마음 한구석이 허(虛)하다. 나를 떠난 사람들. 그들 중에는 명(命)이 다하여 먼저 떠난 사람도 있고, 가치관이 달라서 멀어진 사람도 있고, 뭔지 이유를 모르게 소원해진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이 虛한 것은 내 심중에는 담고 있음에도 빈자리가 되어있는 것 때문이다. 돌아 보건데 살아오면서 나를 떠난 사람은 있었어도 내가 떠나보내고 심중에서 지워버린 사람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쓰던 물건, 내가 써둔 글 중에서도 일부가 내 곁을 떠나거나 잊히고 없는데, 나는 그것을 잠재된 심중 깊은 곳에 두고 비우거나 정돈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체가 없는 그 자리가 난잡하고 虛할 수밖에.......
자. 이제는 내 그릇의 잠재구역을 열어서 묵혀둔 잔상(殘像)을 털어 새롭게 정돈을 해야겠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심중을 차지하는 그릇의 크기에 맞춰서 차곡차곡 다시 담아 놓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에 걸맞게 그릇도 좀 더 깊고 크게 해야겠다. 그리하여 지(智)와 덕(德)의 영역을 넓히고 키워야겠다.
또한 새로운 해에는 한 살 더하는 만큼 스스로 나이에 걸맞은 깊고 큰 그릇이 되도록 수양(修養)을 하면서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손발은 온화하게>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이 때문에 낡고 볼품없는 그릇으로 살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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