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 송귀섭의 낚시칼럼
<대물낚시>의 국어사전 공식 등재에 따른 낚시 용어
大 物 과 大 魚
월척급(越尺級) 이상 붕어를 대상으로 하는 붕어낚시 혹은 큰 물고기를 대상으로 하는 바다낚시 분야를 <대물낚시>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필자는 저서 ‘붕어 대물낚시’를 발행하기 전까지는 <대어낚시>라고 해야 한다고 칼럼을 쓰고 글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그렇게 강조를 했었다. (2011년 3월 이전)
그런데 정작 ‘붕어 대물낚시’ 책을 내면서는 제목부터 ‘대물낚시’라고 썼다. 그것은 책을 내기 위해서 <대물낚시>용어에 대해 한글학회에 문의결과 이미 2010년도에 새로운 용어로 선정하여 한국어사전에 <대물낚시: 명사, 큰 물고기만을 낚는 낚시>로 공식 등재를 했다는 답변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낚시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큰 물고기>에 대한 용어는 지금도 大物이냐 大魚냐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한글학회에서 ‘대물낚시’라는 낚시분야 용어는 신언어로 선정을 하여 등재를 하였으나 큰 물고기를 표현하는 ‘대물과 대어’에 대한 용어는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에는 그간 대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필자도 자유로울 수가 없으며, 일찍이 이를 정의하지 못한 한글 관련단체나 낚시언론 또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누구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에 대해서 명확한 선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대물낚시> 용어가 우리 국어사전에 등재된 현실성을 감안하여 예전에 모아두었던 자료를 재분석 하여 <대물과 대어>에 대한 의견을 여기에 쓴다.
(큰 물고기의 표현에 대해서 언어학적 측면을 따지는 것은 한글학회 등 전문 학자들 몫으로 하고, 필자는 낚시전문가 입장에서의 자료와 의견 정리를 한 것이다.)
< 필자가 즐겨 운용하는 대물낚시 대편성 >
辭典적 의미의 大物과 大魚
각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그 나랏말사전에 그 의미와 용처를 정해놓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은 우리말사전(한글사전, 국어사전)에 그 의미와 용처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외국어인 경우에는 그 나랏말사전을 철저히 준수하여 사용해야 하고, 외래어인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말화 된 것이니 우리말사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그러므로 우리나라 안에서만은 오렌지를 어뤤지로 발음해야 한다는 등은 억지주장이며, 루어&플라이 분야나 전층낚시 분야의 어려운 외국어를 우리말화 하거나 외래어화 하는 데에 낚시언론과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
그리고 우리가 글을 쓰거나 방송을 하거나 혹은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사용할 때 우리말 사용을 기본으로 하고, 불가피 할 경우에는 외래어를 섞어서 사용하되, 학술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구태여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은 금해야 할 일일 뿐만 아니라 표준어를 벗어나는 표현도 방송이나 글에서는 자제를 해야 할 일이다.(특히 우리 낚시분야 글이나 방송진행에 그러한 것이 많다.)
자. 이제 본 내용으로 돌아가서 <대물낚시>라는 용어는 이미 국어사전에 통일이 되어 등록이 되어 있으니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맞겠고, 큰 물고기를 표현하는 용어로는 아직도 <대물과 대어>가 혼란스러운 상태이니 그것들을 혼용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 쪽으로 통일을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우선 <大物>과 <大魚>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통해서 알아보자.
국어사전
1) 대물(大物) : (명사) 큰 물건
2) 대어(大魚) : (명사) 큰 물고기
국어사전에서 이 두 낱말은 아주 명쾌하고도 단순하게 <큰 물건>과 <큰 물고기>로 표기되어 있다.
대부분의 낱말은 경우에 따른 사용 몇 가지가 병행 표기되나 이 두 낱말만은 일체의 다른 의미나 사용처 표기가 없다. 따라서 사전에 명시된 데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큰 물고기는 <대물>이 될 수가 없다.
그런데도 큰 물고기를 낚는 낚시분야는 <대물낚시>라고 엄연히 국어사전에 등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물낚시로 낚은 큰 물고기를 들고는 <대물>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니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다. 더구나 <대물>은 이 시대 대물낚시분야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화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혹 우리와 같은 정서로 낚시를 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지 알아보자.
중국어사전
1)대물(大物) : 큰 물건 (木材, 石材 등)
2)대어(大魚) : 큰 물고기
중국에서 사전적 의미로는 大物=큰 물건에 사용, 大魚=큰 물고기에 사용하도록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사람 정서로는 사람 호칭이나 사물 또는 생물 앞에 <大>자를 붙여서 높임말로 사용하기를 아주 좋아하나 그렇더라도 사전적 의미로는 큰 물고기에 대해서 大物이라고 표기하지는 않고 大魚라고 표기하고 있다.
다만 얼마 전에 중국 남부의 라오스 국경 쪽 강에서 큰 물고기를 잡아서 들고 <대물>을 잡았다고 소리치는 어부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본 적이 있다. 즉 일상에서는 대물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사례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어떠할까?
일본어사전
1)大物(오오모노) : 큰 것, 큰 사물, 거물, 세력가
2)大魚(다이우오) : 큰 물고기
일본에서도 사전에는 大物=큰 물건, 大魚=큰 물고기의 의미로 사용한다. 다만 일본인 정서의 특징으로 대물이란 용어는 <크다는 것>의 포괄적 의미를 갖는데, 이는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롯한 생물 또는 무생물에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낚시를 하여 큰 물고기를 낚으면 <대물>을 낚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일본식 정서로는 통용되는 것이다.
특히 일본 언어 정서상 大物(오오모노)은 단순히 크다는 의미보다는 <아주 크다, 우월하다>는 강조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일본 사람들은 월척은 <尺物>이라고 하여 <사꾸모노>라고 표현하면서도 월척보다 더 큰 의미로 표현할 때는 <大物>이라는 뜻으로 <오오모노>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월척을 능가하는 큰 물고기를 낚으면 자랑삼아서 <오오모노!>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즉 큰 물고기를 大物이라 표현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영어권에서는 어떻게 사용할까?
영어사전
1)대물 : a big thing
2)대어 : a big fish, a large fish
영어권에서 大物은 큰 사물을 표기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thing>은 일반적으로 사물, 무생물에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고, 생물이나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도 있으나 이는 간혹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big fish(대어)의 대용어로의 사용은 사실상 맞지가 않다.
따라서 영어권에서 큰 물고기는 오직 大魚(big fish, large fish)의 의미로만 사용한다.
위에서 사전적 의미를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구미, 유럽 등 어느 곳에서나 큰 물고기에 대해서 사전에는 <大魚>라는 용어로 등재 사용하고 있으며, <大物>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는 사전 외적으로도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나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우는 낚시를 하면서 큰 물고기를 표현하는 언어로써 일부만이 사전 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 대물낚시에서 맛보는 기싸움 희열 >
옛 紀錄(古代文集)에 나타난 큰 물고기 표현
그렇다면 옛 우리의 조상들은 큰 물고기를 어떻게 표현 했을까? 혹시 우리조상들도 큰 물고기를 <大物>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을까?
만약 우리 선조들이 큰 물고기를 <大物>이라고 표현을 한 흔적이 있다면 이것은 어쨌거나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전통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그 부분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더불어서 한자문화권(漢字文化圈)에 속한다. 특히 우리 조상들의 기록은 대부분이 漢字로 되어있다.
따라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조상들의 고전문집(古典文集) 중에서 큰물고기를 표현한 한자대목을 찾아보면 그 시대 조상들의 용어사용에 대한 답이 유추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서 자료로 한 고전문집은 한국고전번역원의 문집총간 700여 집과 고전번역서 170여 집을 참고로 했고, 자료 분석은 한학자이며 낚시역사연구가인 이하상 박사(한시와 낚시, 수변의 단상 저자)의 분석을 참고로 했다.
우선은 <大物>이란 용어를 빼놓지 않고 찾아보니 문집총간에 75건, 고전번역서에 3건 등 총 78건이 나타났다.
다음으로 <大魚>란 용어를 다 찾아보니 문집총간에는 126건이 있고, 고전번역서에는 21건이 나타났다. (총 147건)
그런데 그 대물이란 용어의 용처는 대부분 사물의 크기를 나타낼 때 사용하고 있는데, 큰 물고기를 나타내는 데에도 1건의 사용이 있었다. 즉 글로 남긴 기록에는 적지만 드물게는 조상들도 큰 물고기를 大物이라 표현하기도 했다는 증좌가 된다.
< 필자 우거의 거실 벽에 걸려있는 대물붕어 유영도 墨拓 >
고대 漢詩에 나타난 물고기 표현
이번에는 우리 선조시대의 용어를 가장 잘 함축하여 표현 한 고대의 한시(漢詩)를 모아서 그 중에서 낚시와 관련한 시조만 200여 편을 고르고, 그 시조 속에서 <大物>과 <大魚>에 대한 용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찾아보았다. (주요참고 : 이하상 박사 지음 ‘한시와 낚시’ )
지금부터는 옛시조를 같이 감상하면서 용어 사용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한국 漢詩에 등장하는 물고기 크기에 대한 표현 정리
친구와 셋이서 낚시를 (서거정, 1420~1488)
三人同坐小池邊 세 사람이 작은 못가에서 낚시를 하는데
삼인동좌소지변
萬里江湖墮眼前 만 리 강호가 눈앞에 내려다보인다.
만리강호타안전
短釣輕投聊復興 짧은 낚싯대 가볍게 던지니 흥겹기만 하고
단조경투료복흥
小魚頻出亦堪憐 잔고기 늘 잡히니 또한 예쁘기만 하다. - - - - - ‘小魚’
소어빈출역감련
金刀細折那無膾 금도로 가늘게 썬 회가 어찌 없을거나
금도세절나무회
翠椀新烹自有鮮 푸른 냄비에 끓이니 신선하기도 하다.
취완신팽자유선
長笑家貧盤饌少 가난해서 찬 없음에 크게 웃지만
장소가빈반찬소
唯餘此物不論錢 오직 물고기는 넉넉하니 돈 걱정은 마시라.
유여차물불론전
여기에서는 잔물고기를 <小魚>로 표현한 구절이 나온다. 아마 큰 물고기를 쓸 량이었다면 당연히 <大魚>로 표기하였을 것임을 유추 할 수 있는 대목이다.
(徐巨正은 세종, 문종 조에서 젊은 문장가로 명성을 얻고 있었으나 단종을 폐위하고 정권을 잡은 세조에 협조하여 오랜 벼슬을 한 사람으로 매월당 김시습과는 절친한 사이였다.
낚시를 즐겨하여 낚시와 관련한 시조를 많이 남겼으며, 그 내용으로 보아서 노년에는 단종폐위에 대한 회한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 註)
입석에서 낚시질 (강희맹, 1424~1483)
長川嚙岸石獨立 긴 냇물이 언덕에 넘치고 바위에 우뚝 섰는데
장천교안석독립
崖下泓澄藻荇碧 벼랑 밑 맑은 물엔 마름이 푸르구나.
애하홍징조행벽
羽輕縷細餌偏香 찌는 가볍고 줄은 가는데다 미끼는 향기로운데
우경루세이편향
大魚潛淵小魚躍 큰 고기는 못에 잠기고 잔고기만 뛰어노네.--- ‘大魚’ ‘小魚’
대어잠연소어약
得전傳呼催作羹 살진 고기를 잡아 어서 국 끓이라 재촉하니 (전 : 살질 전)
득전전호최작갱
眞珠瀉下春滿甁 진주가 쏟아지는 듯 술이 항아리에 가득 차네.
진주사하춘만병
斜風細雨醉不歸 비낀 바람 가랑비에 취해 아니 돌아오니
사풍세우취불귀
一任江湖知姓名 강호에 내 이름이야 남이 알거나 말거나
일임강호지성명
여기에서는 한 구절에서 큰 물고기는 <大魚>로 잔물고기는 <小魚>로 표현하고 있다.
(강희맹은 조선시대 세종~성종 조의 문신으로 문장 및 그림에 능하였으며, 그가 그림을 그리고 화제로 썼다는 시 호손투강월(胡孫投江月)은 물가에서 물에 비친 달을 지팡이로 툭 치고 그 변화하는 모습을 읊은 시로 아마 낚시를 하다가 물가에서 경험한 바를 읊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 註) 그리고 그가 그린 그림 낚시하는 모습 독조도(獨釣圖)는 지금도 전해 내려온다.)
< 강희맹의 獨釣圖 >
낚시질 (조석윤, 1606~1655)
垂竿終日坐苔磯 이끼 긴 강가에서 진종일 낚시 드리우나
수간종일좌태기
纔得遊鯈捲釣絲 겨우 피라미 한 마리 잡고 낚싯줄 거두었네.
재득유조권조사
費盡機心堪一笑 마음은 쓰리지만 웃어 버려야지
비진기심감일소
大魚元自上鉤遲 대어는 원래 잘 안 걸리는 게야. --------- ‘大魚’
대어원자상구지
모든 기술을 다 부려 보아도 큰 입질이 없으니 그냥 크게 한 번 웃어버리고는 대어는 원래 나보다 영특한 것이라서 잘 안 걸리는 게야. 하고 자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바로 여기에서 <大魚>라는 용어가 나온다.
(조석윤은 조선 선조~효종 대의 문신으로 성격이 곧아서 임금에게 직언을 자주하여 여러 차례 모함으로 인한 유배생활을 한 인물인데, 아마 유배 생활 중에 낚시를 즐겨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것은 위의 시를 보아도 유배지에서 마음을 다스리면서 낚시터에 앉아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필자 註)
중국 시조에 나오는 큰 물고기 표현
친구 후희에게 (韓愈, 唐, 768~824)
吾黨侯生字叔起 내 친구 후생이 자는 숙기인데
오당후생자숙기
呼我持竿釣溫水 날 불러 온수에서 낚시질을 하자네.
호아지간조온수
. . . . . . . (중략) . . . . . .
君欲釣魚須遠去 그대 고기를 낚으려면 의당 멀리 가야지
군욕조어수원거
大魚豈肯居沮洳 큰 고기가 어찌 작은 웅덩이에 살리오. - - - - - ‘大魚’
대어기긍거저여
사나이가 고기를 낚을 욕심이 있다면 의당 멀리 가야지
어찌 작은 둠벙에서 큰 물고기를 낚으려고 하느냐. 하는 질책의 글로 끝을 맺는다.
여기에서 큰 물고기 즉 <大魚>라는 용어가 등장한다.(여기에서 대어는 큰 벼슬자리 혹은 큰 인물을 비유한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긴 시의 중간에 하행질도사개의(蝦行蛭渡似皆疑)의 시구가 등장하는데, 이는 새우와 거머리를 다 미끼로 써 봐도 물고기가 의심하여 입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때(우리나라로 말하면 삼국시대 때) 이미 큰 물고기를 낚기 위한 새우미끼와 거머리 미끼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대물낚시를 구사 한 것이다.)
이렇듯 옛 시조에서는 큰 물고기를 대물이라 표현한 부분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위 고대문집에 대물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필자가 참고하지 못한 시조의 어느 부분에는 대물이란 표현이 있을 수도 있겠고, 또한 시조는 일반 백성이 사용하는 언어가 거의 문장에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近 現代의 물고기 크기에 대한 표현
근 현대의 물고기 크기에 대한 표현은 우리나라 낚시계의 근 현대를 대표하는 낚시계 원로들이 어떻게 표현하여 왔는가를 살펴봄으로써 복잡한 정리를 대신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원로들은 근 현대 시기에 낚시를 취미로 하면서 낚시관련 글을 많이 남긴 분들로 그분들의 글에 나오는 표현을 참고로 한 것이다.
계용묵 선생 (1904~1961)의 낚시질 讀本
계용묵 선생은 1935년에 발표한 <백치아다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일본 유학도 하였고, 조선일보 기자도 하였으나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글 쓰는 일에 심취하면서부터 낚시를 즐겨했던 것으로 생각되며, 1939년 8월 월간지 <朝光>에 게재한 그의 낚시관련 글 <낚시질 讀本>을 보면 채비와 미끼, 포인트 설명은 물론 큰 물고기를 골라서 낚는 요즈음의 대물낚시 기법까지도 설명을 하고 있다. 더구나 그 내용은 오늘 날 내로라하는 낚시꾼이라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전문적인 수준의 내용이다.
이 계용묵 선생의 글에서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에 대한 표현을 찾아보았다.
계용묵 선생은 재미있게도 큰 물고기는 <큰놈> 작은 물고기는 <작은놈>으로 표현하고 있다. 당시에는 신문에 쓴 글인데도 큰놈, 작은놈으로 표현 한 것으로 보아서 이 언어가 요즈음처럼 저속한 표현이라고 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계용묵 선생이 <큰놈>, <작은놈>이라고 표현 한 것은 우리 언어 중에서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공통적으로 크고, 작고를 표현할 때 사용하던 형식이며, 구태여 그 의미를 풀어 본다면 큰 아들, 작은 아들의 표현이나 큰 도끼, 작은 도끼의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의 의미를 갖는다.
즉, <大物>이나 <小物>의 의미와 <大魚>나 <小魚>의 의미를 같이 갖는 표현인 것이다.
解放 이후 近代化 時代~現代
해방 이후 근대화 시대로부터 현대에는 우리 나랏말(國語)에 일제잔재인 일본말(日語), 그리고 새로 밀려들어 온 미국말(英語)의 혼란시대를 거쳤다. 그렇다면 이때쯤에는 큰 물고기에 대해서 어떤 용어를 사용하였을까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낚시인이면서 많은 낚시이론서와 낚시수필을 남긴 낚시관련 원로 두 분의 글을 분석해 보았다.
한형주 박사
한형주 박사는 서울대 의대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1971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낚시잡지인 낚시춘추를 창간 발행한 낚시계의 원로로서(90객인 지금도 낚시춘추 고문으로 되어 있음) 낚시관련 서적만도 <한형주의 붕어낚시(1978), 八字섬의 메뚜기(1978), 사랑과 미움의 세월(1988), 물같이 바람같이(1997)> 등 다수를 썼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을 했고, 낚시관련 용어 순화작업을 위한 <낚시펜클럽>을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글에서 쓴 용어는 시대를 대표하는 정제된 낚시용어일 것이다.
한형주 박사가 쓴 글들을 살펴보면 큰 물고기는 하나같이 <大魚> 혹은 <큰 붕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물같이 바람같이 47쪽. ‘대어 일등에 입상...’, 한형주의 붕어낚시 234쪽. ‘새우미끼를 사용하면 큰 붕어를...’ 등)
예춘호 선생
예춘호 선생은 3선의 국회의원을 지냈고, 3선 개헌 반대 이후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지금은 사재를 다 털어서 후진양성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낚시계의 원로다.
예춘호 선생은 청년기부터 낚시에 심취하여 붕어낚시 뿐만 아니라 바다낚시도 달인 경지를 이루고, 우리나라 루어낚시, 은어낚시 분야에 선구자 역할을 하였으며, 한형주 박사 등 조우들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낚시춘추에 낚시기법 및 수필 연재 등 글을 썼고, 나중에는 이 글들을 묶어서 <바람을 잡고 고기를 낚고(1996), 낚시하는 마음(1996), 사계절 낚시 풍경(2006), 바보들의 낚시예찬(2006)>등의 책을 내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예춘호 선생을 자신과 이념을 같이하는 정치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자청하여 스승으로 모시고 붕어낚시를 배웠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화다.
이러한 예춘호 선생의 글 중에서 큰 물고기에 대한 표현을 살펴보면, <큰 물고기>나 <大魚>로 표현을 해 오다가 2000년대 중반 경부터 <大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예:바보들의 낚시예찬 18쪽, 큰 물고기(大物)을 낚겠다는... 등)
이렇게 예춘호 선생이 큰 물고기에 대해 사용한 용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어에서 대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를 살아온 언어영향과 동양적 언어표현이 몸에 배어서 큰 것(사물, 생물)에 대해 자연스럽게 그렇게 표현하게 되었거나 이 시대 대물낚시 흐름에 맞는 용어로 <대물>을 선택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필자가 항상 공부하는 낚시 원로들의 저서 일부: 한형주, 예춘호 선생 저서 >
결언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큰 물고기에 대한 표현은 고대로부터 <大魚>이라는 표현이 대부분이나 부분적으로는 <大物>를 혼용하고 있다.
혹자는 ‘어차피 같은 한자어로 표시되는 말인데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겠느냐.’라고 할 지 모르나 우리 낚시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 낚시계 혹은 우리가 주로 교류하는 東洋三國(한,중,일)을 비롯한 세계 낚시계에 소통을 할 수가 있어야 하고, 그 의미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 나랏말 사전에 올라있는 표준 언어를 선택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큰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낚시분야’를 일컬어서는 민물, 바다, 계류 등 각 분야에 무관하게 한글학회가 정하여 국어사전에 등재한 용어인 <대물낚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낚시로 낚아 올린 큰 물고기를 표현할 때는 기왕에 사전적 언어가 된 <대물낚시>라고 하는 분야의 조과물에 대한 용어로써의 <대물>이 일맥상통 할 뿐만 아니라 예춘호선생 이후 대물낚시 전성시대(2000년 이후)에 우리 낚시인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임에 부응하여 <대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이 인정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대물>이라는 낱말의 뜻에 ‘낚시용어로써는 <큰 물고기>를 뜻한다.’는 내용이 국어사전에 추가로 명기가 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본래의 사전적 의미인 대어라고 표현하는 용어는 병행 사용)
** 참고: <큰 물고기>에 대한 <대물>용어가 사전적 의미를 갖지 못하고 혼란시대였던 지난 2008년에 필자가 칼럼으로 썼던 <대물과 대어>의 내용(결론: 大魚라고 하자.)은 그 후 한글학회 등에서 <대물낚시> 용어가 새로운 한글 낱말로 선정되어 국어사전에 공식 등재 사용하게 되었으므로 그간에 <대어>를 큰 물고기 용어로 사용하자고 주장했던 본인의 뜻을 철회하고 이 글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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