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의 釣行隨想(9) 무욕과 무소유 그리고 방생
에세이 / 평산의 釣行隨想(9)
무욕과 무소유 그리고 방생
송귀섭
FTV 제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사외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왜 낚은 물고기를 다 놓아주어야만 하는가?’
우리나라 낚시잡지 초창기부터 30여 년 동안 낚시전문 기자였고, 지금은 은퇴한 노(老)기자 (전 낚시춘추 김국률전무)가 최근에 내게 안부를 전하면서 한 질문이라며 필자의 방송을 담당하는 피디가 전해주었다.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요즈음 낚시방송에서 보면 대부분 낚은 물고기를 놓아주는데, 만약 놓아주지 않으면 마치 ‘진정한 조사가 못 되고 물고기를 탐욕(貪慾)한다.’는 식의 암시(暗示)를 느끼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는 필요한 만큼 취하되 낚은 붕어를 가치 있게 활용하면 된다. 다만 꼭 필요하지 않다면 고이 놓아주고 무소유(無所有)의 기분으로 홀가분하게 떠나는 것이 그날 낚시의 맛을 긴 여운으로 남기는 무욕(無慾)의 쾌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낚시에서의 욕심(慾心). 그것은 물속을 알 수가 없는데 괜한 욕심에 빠져서 빠른 입질과 많은 조과에 집착하는 것으로 본래 내 손에 없는 것(空과 虛)에 집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의 시간과 공간(時空)은 지나버리면 없었던 것이 되고, 생각은 잊히면 없었던 것이 되며(虛想), 손에 든 것은 놓아버리면 빈손(空手)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조과욕심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은 지금 내손에 없는 것에 집착하는 바보 같은 욕심이다.
그리고 무소유(無所有)란 하나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낚시 간에 마음을 비운다는 것도 무작정 다 비운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이상의 욕심을 비운다는 의미이다. 그래야 낚시의 의미(기다림)에도 부합하고, 작은 즐거움(사소한 찌맛, 손맛, 입맛)에도 만족하는 진정한 낚시힐링이 된다.
무소유와 방생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과(過)하게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은 불행을 잉태(孕胎)하고. 빨리 갖고 싶은 조급함은 화(禍)를 부른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에서 집착의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낚시에서 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 살림망에 담지 않고 곧바로 방생하는 것. 모두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필자는 즉시방생을 실천하려고 살림망을 없애고 나서도 혹 월척을 낚으면 비닐봉지에 담아두었다가 동행인에게 보여주고 나서야(자랑?) 방생하는 것을 한동안 반복한 후에야 즉시 방생이 자연스럽게 되었었다. 적어도 한두 해 동안의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필요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