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출조 - 내집처럼 가꾸어야 하는데......
태마조행기 - 낚시터 청소 조행
조과는 쓰레기 13마대
송 귀 섭 (FTV 제작위원, 천류 프로스테프)
이제는 무르익은 봄이다.
출조길 차창너머 보이는 먼 산자락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져 피어있고, 스쳐가는 가로수에는 파란 새잎이 피어나고 있으며, 낚시터 주변에는 쑥이 자라 올라서 우리를 반긴다.
이런 봄날의 출조는 출발부터 가슴이 설레고, 스쳐가는 풍경마다 새롭다.
우리도 도시를 출발하여 상쾌한 봄바람을 맞으며 낚시터로 향했다. 행선지는 사초호 상류 수로. 필자의 팬클럽 <평산가인> 서부권 회원의 번개출조 길이다.
우리가 도착한 사초호 수로는 멀리서 보아서는 예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사진 : 사초수로 상류 쪽 전경
사초수로 하류 쪽 전경
그러나 우리가 포인트로 가까이 접근했을 때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참으로 참혹했다.
누가 그랬을까?
유망한 포인트 마다 쓰레기가 널려있다.
지난번에 계메지 제방훼손과 쓰레기 문제를 게재하면서 개탄을 했는데 이곳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이곳도 계메지처럼 낚시인 출입금지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 대한민국 모든 낚시터가 낚시인 출입금지가 될지도 모른다.
필자가 만난 모든 낚시인은 낚시터 쓰레기 문제를 개탄한다. 그렇다면 모든 낚시인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주워서 가져와야 맞는 경우가 된다. 진정으로 그렇게 한다면 낚시인이 다녀간 낚시터는 오히려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깔끔하게 치워져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찾은 거의 대부분의 낚시터에는 낚시인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널려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우리는 일단 자기 포인트 주변의 쓰레기를 일단 뒤로 모아놓고 해가 지기 전에 각자 낚싯대를 폈다.
그리고 드문드문 들어오는 입질을 즐기면서 하루 밤 낚시를 했다.
사진: 필자의 대 편성
* 연안의 부들이 뿌리째 제거되고 중심부에만 부들이 남아있어서 긴대를 편성해야 했다.
* 사진 하단의 비닐 봉지는 항상 필자가 뒷꽂이에 걸어놓고 개인 쓰레기를 처리하는 봉지다.(이 봉지하나면 개인의 모든 쓰레기를 담고도 남는다)
이윽고 아침이 왔다.
우리는 낚은 붕어를 다 물로 돌려보내고 나서 준비해 다니는 마대를 나누어 들고 쓰레기 청소에 들어갔다.
그러니 이번 조행기에는 붕어조과 사진은 없다. 이번 출조의 진정한 조과는 쓰레기 마대이기 때문이다.
우선 도로변 주차공간마다 널려있는 쓰레기를 치웠다. 이 쓰레기는 식사 간에 버려놓은 쓰레기나 마지막 차에 짐을 실으면서 자기의 양심과 함께 버린 쓰레기일 것이다.
사진: 도로변 청소
다음으로 물가 풀숲 마다 널려있는 쓰레기를 청소했다. 이것은 아예 생각 없이 낚시 간에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버린 쓰레기일 것이다.
사진: 물가 풀숲 청소
마지막으로 각자의 포인트 후면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웠다. 온갖 쓰레기가 마치 쓰레기 처리장처럼 널려있었다.
사진: 포인트 후면의 쓰레기 모습
사진: 포인트 후면의 쓰레기 치우는 모습
사진: 포인트 후면의 쓰레기를 치우고 난 모습
우리가 다 주워 담은 쓰레기는 폐냉장고를 별도로 하고도 13마대나 되었다. 그러니 도저히 차에 싣고 올 수가 없었다.
사진: 쓰레기 마대
할 수 없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군청의 담당자를 수소문하여 사정을 얘기했다. 낚시터에서 쓰레기 청소를 했는데 우리 차로는 도저히 싣고 갈 수가 없어 부탁한다고......
그 공무원은 우리가 조심스럽게 부탁한 것과는 달리 우리에게 내일 출근하면 당장 쓰레기차로 치우겠다며 오히려 고마워했다. 그나마 우리의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는 답변이었다.
그 공무원이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그 공무원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철수했다.
쓰레기 13마대의 조과를 마음에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