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우렁이 확산
왕우렁이가 확산되고 있다.
배양할 것인가 퇴치할 것인가
오늘도 밤낚시 출조를 했다가 아침 해가 떠오른 시간에 바로 옆 갈대 줄기에 붙어있는 수많은 왕우렁이 알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왔다.
이렇듯 전국의 낚시터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수초줄기나 바위 혹은 시멘트 벽에 빨갛게 엉켜 붙어 있는 왕우렁이 알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처음 보는 사람입장에서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일부 낚시인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왕우렁이는 1981년도에 일본으로부터 정부 허가 없이 밀반입된 것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최초라고 한다. 그리고 1983년도에 정부의 수입승인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수입이 시작되었고, 연약한 수초를 먹어 치우는 식성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장려되고 있다.
이 왕우렁이는 남미가 원산이다. 애초에 수입할 때는 추위에 약하여 영하의 기온에서는 모두 죽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하여 겨울에도 죽지 않고 월동을 한다.
또한 이 왕우렁이는 알에서 깨어나서 3개월이면 어른 우렁이로 성장을 하며, 1년 된 어미 왕우렁이는 1회에 100~900개의 알을 1년에 10회 정도 산란을 하여 엄청난 속도로 우리나라 자연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왕우렁이는 우리나라 토종 논우렁이와는 다르다.
우선 번식에서 우리나라 논우렁이는 알을 낳지 않고 5~6월 경에 어미의 껍질 속에서 부화를 하여 새끼우렁이를 낳는다. 따라서 일년에 한번의 부화를 하게 되어 번식력도 약하다. 이 정도의 우렁이 번식이 우리나라 생태계 균형에 맞는 것이다.
식용으로도 토종우렁이가 훨씬 부드러운 육질과 감칠 맛을 가지고 있다. 우리 토종 논우렁이를 이용하여 죽순과 함께 요리하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을 때의 감칠 맛은 가히 일품이다.
번식력뿐만 아니라 왕우렁이와 논우렁이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왕우렁이가 훨씬 크다. 그만큼 많은 먹이를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우렁이는 연약한 수초의 새싹을 주로 먹이로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왕우렁이는 우리가 낚시를 하면서 사용하는 모든 미끼에 덤벼들어 취한다. 즉 수중생물인 새우나 참붕어, 곡물인 떡밥이나 옥수수, 육지생물인 지렁이 등 취하지 않는 것이 없다.
더구나 먹성이 강하여 어떤 미끼를 사용하던 간에 밤새 덤벼들어서 낚시인을 피로하게 한다.
또한 그 소화액이 워낙 강하여 낚시에 왕우렁이가 낚여 올라온 후 목줄을 확인하여 보면 그 강한 캐브라 합사 목줄이 흐물흐물 삭은 상태로 변해 버려 당장 목줄을 갈아야 한다.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난 2005년 낚시 방송 중에 실제상황을 카메라로 보여준 적이 있다)
그리고 수족관에 왕우렁이와 새우를 함께 넣어두면 새우가 왕우렁이에게 잡혀먹어 없어진다. 잡아먹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왕우렁이는 속살을 내어 밀고 있다가 새우가 살에 붙으면 눈깜짝할 사이에 새우를 껍질 속으로 삼켜서 먹어 치운다.
그렇다면 왕우렁이는 배양하여 확산시키는 것이 득인가, 아니면 퇴치하여 생태계 교란을 막는 것이 좋은가?
일본과 대만의 경우는 1980년대 중반에 이미 왕우렁이 양식에 대해서 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검역해충으로 분류하여 퇴치운동을 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는 식품으로서의 활용과 환경보존을 위한 퇴치에 대해 반반으로 아직 방향을 못 설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현재도 왕우렁이를 배양하여 농가에 친환경 농법용으로 무상공급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친환경 왕우렁이 농법을 장려하고 있다.
유해하다와 무해하다가 분분한 가운데 환경부의 입장은 <아직까지는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다. 더 관찰하여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그때 정밀조사를 하여 대책을 마련하겠다>이다.
생태계에서는 잠자리 숫자만 줄어들거나 늘어나도 교란이 일어난다. 하물며 전혀 새로운 종이 전국적으로 급속히 번식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위험사항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서 그때서야 정밀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블루길, 배스 등의 경우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까지 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기 전에 미리 정밀분석을 하여 득이 된다면 적극 배양을 해야 할 것이고, 해가 된다면 국민 모두에게 알려주어 적절히 퇴치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국의 호수, 저수지, 강, 수로 등 어느 곳이든 왕우렁이 알이 빨갛게 붙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백성이 많으니 큰일이다.
현재는 어린 벼 새싹을 먹어 치워 피해를 당한 농민이 궁여지책으로 오리를 풀어서 알과 왕우렁이 새끼를 먹어 치우게 하는 퇴치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퇴치운동의 알려진 방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