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춘추 50주년 기념 기고 - 낚시춘추와 나
낚시춘추 속에 길이 있었고 그 길을 따르다보니 전문낚시인이 되어있었다.
송귀섭
FTV 제작위원,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주)아피스 홍보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저서: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낚시춘추와의 만남
필자가 낚시춘추를 만난 것은 필자 나이가 25세이던 1975년도였다. 필자가 군 초급장교 시절에 상관을 측근 보좌하는 직책에 근무를 했었는데 그 상관의 유일한 취미가 낚시여서 휴일에 출조를 할 때면 장비준비 및 채비와 미끼 등 모든 것을 필자가 맡아서 준비하고 출조에 동행을 했었다. 사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낚시를 좋아했던 필자에게는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이때 필자는 아직 20대의 젊은 나이 때이므로 낚시지식이 일천하였고, 그로인해서 제대로 준비해서 보좌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더구나 사전 답사를 한다든가 주변에서 정보를 구할 수가 없어서 항상 접근성이 좋아 보이는 물가로 모시고 갈 수 밖에 없었는데, 대부분의 출조시마다 조과가 시원찮아서 철수 길에 탓을 듣기 일쑤였다. 심할 때는 내가 무엇을 잘 못 해서 탓을 듣고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는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물속의 붕어 마음이야 나도 모르고 상관도 모르는 일인데... 그러나 다음 출조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러한 상황을 해결해야 해서 낚시춘추의 조행기 중에서 우리의 위치와 가까운 조행기를 찾아서 그곳에 있는 연락처에 전화를 걸어 조언을 받았다. 당시 전화를 통화한 대상은 대부분 서울 유명낚시점의 총무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총무가 곧 그 낚시점의 사장이었다.(당시는 낚시점 사장이 출조총무를 맡았었다)
그런데 출조장소와 포인트 그리고 주요미끼는 전화통화만으로도 쉽게 이해를 하겠는데 기법이나 채비에 관한 얘기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책을 통해서 지식을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점에서 붕어낚시관련 책을 사서 읽어보아도 원론적인 내용이라서 전화통화로 들은 최신기법이나 채비에 대한 정보는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매월 새로운 소식을 담는 낚시월간지를 구해 볼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월간낚시잡지가 낚시춘추 뿐이었고, 그 낚시춘추에는 매월 호에 한형주박사, 예춘호선생, 최운권선생, 이일섭선생, 송소석선생 등 최고의 낚시전문가들의 글과 그 당시에 유행하던 기법 및 채비에 대한 낚시인들의 설명 기고 글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그것을 참고하여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특히 찌맞춤에 관한 글은 당시만 해도 찌맞춤의 개념이 별로 없이 대충 봉돌을 달아서 던져놓고 찌 올림 보다는 끌고 들어가는 입질에 챔질을 하던 필자가 새로운 낚시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었다. 비로소 찌올림의 환상적인 낚시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것은 상관에게 최고의 칭찬을 듣는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아침에 출조하여 오후에 돌아오는 낮낚시 위주의 낚시에서 비로소 밤에 찌맛을 보는 밤낚시위주의 출조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것도 낚시춘추의 밤낚시 기사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찌맞춤 외에도 매듭법이라든가 바늘묶는법 그리고 떡밥배합법 등 채비 및 미끼사용에 관한 내용을 탐독하였고, 이때 새우미끼를 처음 사용하여 상관이 월척을 낚은 날은 당시 최고의 낚싯대인 그라스롯드 낚싯대를 선물 받기도 했다.
이때부터 필자는 낚시춘추의 주요 글과 출조지 정보를 스크랩하여 모으기 시작했고 그러려면 매달 책을 구입해서 탐독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낚시춘추 창간호부터 보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창간호부터 과년 호를 구해서 열심히 탐독하였다.
지금도 필자는 낚시춘추 창간호부터 최근호까지 서재 책꽂이에 연도별로 가지런히 정리해두고 1970~80년대 선배조사들의 낚시이론을 비롯하여 낚시역사를 더듬어 공부하면서 내 개인의 낚시지식을 키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낚시춘추
낚시춘추는 종합 낚시이론서이고 낚시역사책이다. 근래에 후배낚시인들이 새로운 낚시기법이나 채비라고 들고 나오는 거의 대부분은 낚시춘추 1970년대 책만 들춰보아도 붙인 명칭만 다를 뿐 이미 있었던 것들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고정채비와 유동채비에 관한 유불리 분석기사, 분할봉돌 등 보조봉돌채비 관련기사가 그렇고 중통채비 등 긴목줄채비가 그렇고 편대채비가 그렇다. 사실 현 시대에 와서 더 발전적으로 연구한 것은 있지만 본래는 그 채비나 이론이 이미 낚시춘추에 다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낚시춘추 50년 역사 속에서 그간의 이론들을 더듬어 공부한 연후에 자기 연구를 완성해서 주장해야 한다. 즉 내가 최초라고 하는 우를 함부로 범하지 말라는 얘기다. 적어도 긴 세월을 지켜오면서 다 담고 있는 낚시춘추 앞에서만은 그렇다.
낚시춘추는 낚시정론지로서 민물, 바다, 계류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전통붕어낚시는 옛것을 현대화하여 대중화에 기여하였고, 바다낚시는 원투낚시위주에서 새롭게 바다찌낚시 분야를 앞장서서 보급하여 바다낚시 발전을 선도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야 국내 유입되어 소수인원만이 시도하던 플라이낚시와 루어낚시를 적극적으로 취재하여 붐을 조성하고 상세한 이론을 게재함으로써 새로운 낚시분야의 붐을 조성하였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전층낚시와 경기낚시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붕어대물낚시, 바다 빅게임낚시 등 시대흐름에 따른 낚시패턴을 선도하였다.
나의 낚시생활과 낚시춘추
필자가 붕어낚시관련 이론을 정리하여 월간낚시잡지에 글을 쓴 것은 1998년도부터인데 정작 낚시춘추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도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여타의 신생낚시잡지에 원고 청탁을 받고 글을 써왔었고, 낚시춘추는 매달 받아서 곁에 두고 공부를 하고 자료 수집을 하는 책이었다. 그러다가 2007년에 들어서야 낚시춘추 서성모기자(현 편집장)와 만나 글 연재 얘기를 하고 비로소 낚시춘추에 글을 쓰기 시작하여 지난 15년 동안 단 한 호도 멈춤이 없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 동안에는 단 한 달도 끊임이 없이 <전통붕어낚시이론>을 정리하여 연재하였고, <붕어낚시상식의 허와 실>, <붕어낚시 상식백과>, <시기에 따른 붕어낚시>, <붕어 대물낚시> 등을 연재하였으며, <송귀섭의 낚시산책>과 <송귀섭의 釣行隨想> 등 낚시에세이 연재를 하였고, 2019년부터는 <평산의 한 뼘 다가가는 붕어낚시(Q&A)>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3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그러니 낚시춘추는 필자에게 있어서 청년시절에는 낚시공부를 했던 교과서였고, 그 교과서에 주옥같은 글을 쓴 원로낚시인들인 나의 낚시스승과 연결시켜주는 매개이기도 했다. 이렇게 낚시춘추를 통해 스승으로 모신 한형주박사님, 예춘호선생님, 송소석선생님, 이일섭선생님 등 원로낚시인들은 필자가 공직에서 퇴직한 후에 일일이 가정으로 찾아뵙고 인사드리면서 좋은 말씀을 청해 들었었는데, 지금은 이 세상에 안계신분들이 계신다. 연세 80이 넘으셨을 때도 찾아뵙고 물가로 모시고 가서 낚싯대를 펼치면 마치 젊어지는 듯이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낚시춘추를 열어야 지난 글을 통해서 뵐 수가 있다. 90이 되어서도 물가를 찾던 그 스승님들은 하늘나라에서도 찌를 세워놓고 한조(閑釣)의 조정(釣情)을 즐기고 계실 것이다.
지금은 필자가 그 스승님들과 옛 선배조사들의 대를 이어서 낚시의 이론과 낚시와 더불어 사는 삶의 이야기를 담아서 낚시춘추에 글로 남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글을 쓸 때면 꼭 옛 선배조사들이 남겨놓은 관련주제내용의 글을 찾아서 먼저 탐독하고 나서 글을 쓴다. 또한 다 쓰고 나서는 최소한 5번 이상 다시 읽으면서 수정을 하고나서야 원고를 마감한다. 선배조사들께 누를 끼치지 않을까를 염려하고 후학들에게 오류를 남기지 않을까를 염려해서다.
이 낚시춘추라는 그릇에 나의 낚시이야기를 담는 것은 아마도 내 평생의 해야 할일이자 보람이 될 것이다. 그러니 원로 스승님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일어나 앉을 힘만 있다면 낚시춘추에 글을 써 남기는 것을 개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낚시춘추는 전문낚시인이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필자가 낚시관련 의문사항으로 답답할 때 그 답은 꼭 낚시춘추에서 찾았다. 그러면 낚시춘추에는 길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따라서 50년 낚시생활을 해 왔다. 그로인해서 정론에 의한 낚시의 내공이 쌓이게 되었고, 낚시와 관련하여 수집한 자료가 낚시춘추와 함께한 세월만큼 두터워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낚시잡지에 글을 쓰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2000년도에는 리빙 TV의 낚시프로그램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으며, 2001년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낚시전문방송인 피스니스(fishness tv)가 개국함에 따라서 개국 첫 방송부터 낚시강좌를 진행하였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의 텔레비전 낚시전문방송 한국낚시채널(FTV)이 개국함에 따라서 인터넷 전문방송 피스니스와 통합을 하였고, 필자는 자연스럽게 FTV의 제작위원으로 위촉이 되어 개국 당시부터 현재까지 활동하면서 <붕어낚시강좌와 해설>, <월척특급>을 비롯한 대물낚시 프로그램 진행, <낚시예찬 전국여행>과 <태마조행> 등 낚시여행 프로그램 진행 그리고 붕어낚시 이론을 총 망라한 <붕어학개론>을 강의 하였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낚시 그 자체를 즐기는 <조락무극> 프로그램 진행까지 20년차 낚시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낚시춘추와 함께한 낚시세월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 작업을 하여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등 세권의 책을 집필해서 세상에 내 놓았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낚시춘추와 함께 하면서 낚시춘추가 길을 열어주고 인도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창간 반백년이 된 낚시춘추에 바란다.
낚시춘추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낚시잡지를 대표하는 전통 있는 월간지이다. 그 명성을 반백년동안 유지해오면서 우리나라 낚시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우리나라 낚시문화를 선도할 책이다.
그러므로 반백년의 전통을 계승하여 그 뿌리를 유지하되 현 시대에 맞는 낚시문화를 앞장서서 제안하고 기록하여 남겨야 하고, 새로운 시대에 선행하여 세대교체에 따른 낚시인구의 신진대사에 긍정적인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낚시기법이나 패턴을 놓침이 없이 시의 적절하게 게재하고, 그러면서도 낚시의 근본인 대자연과의 어울림 그 여유로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표지화면을 비롯하여 화보사진에 큰 물고기가 중점으로 등장하는 것과 낚시터에서 고행하는 모습인 듯한 전투낚시 장면을 주로 게재하는 것은 적절히 조정하고, 작은 물고기를 낚아들고도 낚시자체를 즐거워하는 모습과 대자연과 일치하여 여유로운 모습을 갖는 장면을 적절히 배치하여 편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낚시의 근본은 고행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가족단위 캠핑낚시 모습 등 레저스포츠로서의 아름다운 장면도 낚시춘추와 함께 확산되기를 기대하면서 창간 50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마친다.